박종철 열사의 희생이 민주화의 불씨를 붙이다.
1987년 1월 14일 오전 11시 45분경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4층 옥상에서 서울대생 故 박종철 군이 경찰의 물고문 끝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박 군은 전날 하숙집에서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 6명에게 연행돼 불법 체포 및 감금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인 13일 자정 무렵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실에서 심문을 받던 중 질식사하였다. 사인은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였는데 부검 결과 폐에서 플랑크톤이 검출됐다. 이로 인해 경찰 측에서는 단순 쇼크사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타살 혐의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경찰은 서둘러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경사를 구속했고 언론 보도를 통제하여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마침내 재야단체 연합체인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결성되었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위가 확산되었다. 심지어 전두환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며 민주화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결국 정부는 대통령 직선제 개헌 수용 의사를 밝혔고 노태우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군사정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진실은 결국 밝혀지게 되어있고 정의는 살아있다.
지금부터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해보겠다. 우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부터 출발한다. 경찰조사를 받던 대학생 박종철 군이 사망하자 경찰은 증거 인멸을 위해 박처장 주도하에 대공수사처 소속 형사 둘을 시켜 시신 화장을 요청한다. 이때 최검사는 부검 명령을 내리고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 원인 은폐 조작 의혹을 제기한다. 그러자 치안본부장은 조반장등 형사 둘을 구속시켜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 그러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던 검사 최환 부장검사(하정우)는 부검을 밀어붙인다. 그리고 현장에 남은 흔적만으로 물고문 도중 질식사했음을 밝혀낸다. 이로 인해 박처장(김윤석)은 수배되고 조반장(박희순)은 구속된다. 이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조반장의 조카이자 기자 지망생 연희(김태리)는 삼촌의 부탁으로 기사를 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남영동 대공분실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끔찍한 고문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결정적인 증거물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 마침내 6월 9일 연세대 학생 이한열 열사가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군사정권 퇴진운동으로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전두환 정권 말기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착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감정표현이 돋보인 영화
2017년 개봉한 영화 <1987>은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부터 이한열 열사 사망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졌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본 천만 영화 중 단연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다소 과장된 연출 탓에 거부감이 드는 장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수작임에는 틀림없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리뷰를 시작해 보겠다. 먼저 장준환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자칫하면 신파극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영리하게 피해 갔다. 대신 등장인물 개개인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공감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억지 눈물 없이도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주연배우들의 명연기가 빛났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품 배우들이 총출동했는데 하나같이 흠잡을 데 없었다. 특히 강동원의 변신이 놀라웠다. 기존의 꽃미남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투박하고 거친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냈다. 만약 아직 보지 못했다면 이번 주말에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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