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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말 할것없이 광대, 광대지" - <왕의 남자>

by noolook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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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다.

2005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사극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 그리고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더해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그해 청룡영화상 최우수 작품상 및 남우주연상 수상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서 무려 15개 부문을 휩쓸었다. 지금까지도 역대 최다 수상 기록으로 남아있다. 공길 역을 맡은 이준기는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고 장생 역의 감우성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연산군 역의 정진영은 명불허전 존재감을 뽐냈고 강성연은 단아한 매력을 발산하며 주목받았다. 이외에도 유해진, 정석용, 이승훈 등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작진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우선 시나리오 작업에만 1년 6개월이 소요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또 원작 연극과는 달리 광대라는 캐릭터를 부각해 시대극 특유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유쾌함을 더했다. 더불어 의상 디자인 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조선시대 궁중 복식을 재현하되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여 세련미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촬영 현장 분위기 메이커로서 주연배우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한 이준익 감독의 리더십도 빛났다. 

폭군의 시대에 광대로 잘 놀다 가다.

2005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조선시대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광대 장생과 공길 그리고 녹수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남사당패 우두머리이자 최고의 광대였던 장생은 한양으로 올라와 공연을 하던 중 우연히 임금님 눈에 띄어 궁궐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타고난 재주와 끼를 마음껏 펼치며 단숨에 궁중 희락원의 스타로 등극한다. 이때 함께 들어온 동료 광대 공길과는 각별한 우정을 쌓는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자유롭게 생활하지만 곧 위기가 닥친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신하들이 궁내 권력 다툼에 이용하기 위해 장생을 끌어들인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장생은 모진 고문을 당하다가 급기야 목숨까지 잃게 된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공길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하려 하지만 마음을 바꿔 살아남기로 결심한다. 그리곤 우여곡절 끝에 장생의 마지막 소원대로 놀이판을 벌인다. 마침내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모두가 화해하자 하늘에서는 비가 내린다. 한바탕 신명 나는 놀이판이 끝나자 백성들은 환호했고 광대는 가면을 벗으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동성애 코드를 기가 막히게 녹여내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를 뒤늦게 감상했다. 개봉 당시 워낙 인기가 많아서 극장에서 못 본 게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에 보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준익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서 그런지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우선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원작 연극 [이]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짜임새 있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공길역을 맡은 이준기의 연기는 정말이지 소름 끼칠 정도로 훌륭했다. 광대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슬픔,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덕분에 연산군 캐릭터까지도 입체적으로 느껴졌고 전반적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물론 재미있게 본 분들도 많겠지만 혹평을 쏟아낸 평론가도 적지 않았다. 아무래도 동성애 코드가 등장한다는 점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듯하다. 나 역시 처음엔 그랬다. 왠지 모르게 거북했고 불편했다. 아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인간 본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기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내게 인생영화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왕의 남자>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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