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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Ode to My Father)

by noolook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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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흥남철수 사건

1950년 12월 24일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는 6·25 전쟁 최대의 철수작전이 펼쳐졌다. 이른바 '흥남철수'인데 이때 무려 1만 4천여 명의 피난민이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미군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 덕분이었는데 정원 60명의 화물선에 무려 1만 4천 명이라는 엄청난 인원이 탑승한 것이다. 배 위로는 미처 승선하지 못한 피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히 올라탔다. 그러자 선장 레너드 라루는 무기를 버리고 탈것을 요구했고 승무원들은 기꺼이 응했다. 심지어 단 한 명의 부상자도 없었다. 이렇게 무사히 거제도로 도착한 피난민들은 훗날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벌어진 감동 실화이자 인류애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연 덕분에 ‘기적의 배’라는 별명을 얻은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고 영화 국제시장은 바로 이 '흥남철수'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한국 현대사의 축소판인 덕수

1950년 6·25 전쟁 발발 후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네 가족은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행히 흥남부두 철수 작전 과정에서 극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에 성공하지만 기쁨도 잠시뿐 또다시 헤어지게 된다. 장남인 덕수는 어린 나이에 동생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다행히 고모가 운영하는 가게 일을 도우며 돈을 벌 수 있었고 덕분에 학교도 다닐 수 있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덕수는 친구 달구와 함께 파독 광부 모집에 지원한다. 그리고 마침내 독일 광부 파견에 합격한다. 그곳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탄광일을 하던 중 간호사로 일하던 영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결혼 후 귀국한 덕수는 파독 근로자로서 벌어들인 돈으로 집을 장만하고 자식들을 대학에 보낸다. 그러는 사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소식을 듣고 고향 땅을 밟는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와 극적으로 재회하지만 이내 헤어지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홀로 남은 덕수가 어린 시절 뛰놀던 바닷가를 바라보며 오열하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가슴 먹먹해지는 한국형 신파극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을 뒤늦게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초반부는 다소 지루했다. 1950년대 흥남철수 장면까지는 그럭저럭 볼만했는데 1960년대 파독 광부 및 간호사 파견부터는 재미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서인지 딱히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그나마 1970년대 베트남 전쟁 파병씬에서는 나름대로 흥미진진했다. 목숨 걸고 전쟁터에 뛰어든 젊은 청년들의 희생정신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물론 픽션이긴 하지만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나 역시 가족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쯤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그리고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분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윤제균 감독의 전작이자 천만 관객을 동원한 <해운대>보다 이번 작품이 훨씬 감동적이고 여운이 길었다. 물론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적어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늦기 전에 한 번쯤 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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