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과 손예진의 전성기를 볼 수 있는 영화
2004년 개봉한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멜로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가 제2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쟁쟁한 후보작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 그로 인해 고통받는 남자의 애절한 감정선이 잘 표현되어 있어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해졌다. 특히 정우성의 절절한 연기는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이듬해 열린 제25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 최고의 배우임을 입증했다. 손예진은 특유의 청순미를 뽐내며 멜로퀸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둘의 케미스트리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역대급 로맨스 영화로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 소설 『츠바키 문구점』을 원작으로 했다는 것이다. 작가는 오가와 이토라는 분인데 주로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작품을 집필한다고 한다. 그녀의 필력 덕에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주제가 한층 더 빛을 발했고 감동 코드를 제대로 살릴 수 있었다고 본다. 물론 흥행 성적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츠하이머 환자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건축가 수진(손예진)은 우연히 편의점에서 콜라를 산 후 지갑을 두고 나온다. 이때 철수(정우성)가 나타나 돈을 대신 내주고 집까지 바래다준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려던 수진은 어제 일이 떠올라 당황하지만 이내 곧 잊어버린다. 그날 저녁 퇴근하던 길에 또다시 마주친 둘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며칠 뒤 수진은 회사 동료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슬픔에 빠진 수진은 장례식장을 찾아가지만 그곳에서 낯선 남자를 마주친다. 놀랍게도 그는 죽은 남자친구의 이름과 똑같은 철수였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갑자기 두통이 밀려오고 정신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의사는 뇌종양 판정을 내린다. 병명은 무려 알츠하이머 치매였다. 이제 겨우 서른인데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한 수진은 눈물을 흘리며 절규한다. 다행히 치료법이 있긴 하다. 그것은 바로 자기 머릿속에 든 모든 기억을 지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고 한다. 단, 부작용이 있는데 그건 바로 영원히 잊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진은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다. 그래야만 살 수 있으니까. 마침내 의식이 돌아온 수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한다.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이자 애인 정우성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지금 당장 헤어지지 않으면 평생토록 잊지 못할 거라는 사실 뿐이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영화
2004년 개봉한 정우성, 손예진 주연의 멜로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는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보는 내내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물론 슬픈 결말 탓에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먼저 첫 번째는 정우성의 오열씬이다. 그녀를 향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남자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다음으로는 편의점 씬이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우연히 마주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마지막으로 포장마차 씬이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던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해졌다. 만약 나에게도 저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진다. 아무튼 지금까지도 회자될 만큼 명장면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이 떨어지고 신파극으로 흘러간 점은 아쉬웠다. 또 초반부엔 코믹 요소가 많아서 가볍게 볼 수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분위기가 무거워져서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만약 다음 편을 제작한다면 좀 더 밝은 분위기로 그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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